나는 글씨의 모양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우리 직업의 일이다.
다른 작가의 글을 다시 옮겨 쓰기도 하고,
기업에서 정해주는 카피를 쓰기도 한다.
가끔은 이건 가짜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때면 나의 글로 글씨를 쓰고싶지만
부족한 어휘력에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독서를 많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들지만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한 달에 1권 이상의 책을 읽고,
캘리그라피로 기록해야지.
우연히, 김영하 작가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내가 이랬으니 이거야, 하는 강의는 피하는 편이라
잔잔하게 스토리로 풀어주시는 작가님의 강의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집에 와서 책장을 보니 선물 받아서
예쁘게 꽂아두기만 했던 책들 사이에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 책이 보였다.
퇴사를 하고, 한 번도 낯선곳으로의 여행을 간 적이 없다.
불안정한 생활에 여행은 사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고,
내가 안정화되면 더 좋은 곳으로, 자주 떠나리라 다짐했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나와 반대의 입장이다.
현재를 위해, 여행하는 그 순간을 기록한다.
그의 경험으로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들을 통해 얻는 깨달음?
나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 여행에서도 얻는게 있다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순간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에
그렇지. 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
ㅡ
"여행은 그런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집 중
책 속 글귀 중 와닿고, 공감했던 부분.
내용도 좋지만.
나도 느꼈을법한 여행지에서의 순간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여 표현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아, 역시 김영하 작가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ㅡ
"여행은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 하러 그 먼 길을 떠나겠는가."
- 여행의 이유, 김영하 산문집
내가 이 책을 읽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캘리그라피로 남겨보았다.
여행지에서 적듯
볼펜으로 써 내려갔다.
다음에는 여행지에서 나의 글로
기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첫 번째 도서 기록.
책을 읽을 때는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는데
글씨로 옮겨 적고,
티스토리에 글을 한번 더 남기니
이 행동 또한 재미있다.
한동안 흥미롭게 책에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나의 캘리그라피는
나의 일상의 능력치 정도로 잘 스며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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